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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를 시작하며 : 나로 산다는 것에 대하여

by 볼로니 2020. 7. 7.

 

샌디에고 선셋클리프에서 친구들과

 

때는 2018년 말, 당시 일하던 직장에서 해외 출장을 몇 번 나가고는 해외 생활에 완전히 매료되어 당장이라도 한국을 떠나 일도 해보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내 좁디좁은 식견을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알아본 것이 국비 지원 해외 인턴십 프로그램이었다. 졸업생을 대상으로, 기간은 지원자들이 2차 인턴십까지 진행할 수 있도록 넉넉하게 1년이었고 2020년에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 돌아오면 27살일 거라는 뜻이었다.

 

교환도 한 번 못 가봤는데 1년짜리 인턴십이라니 정말 가고 싶었지만 막상 선택을 하려니 쉽지는 않았다. 다들 자기 커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나이에 1년씩이나 해외에 가는 게 맞는 걸까? 그냥 동시에 붙었었던 3개월짜리 싱가폴 인턴십을 할까? 돈이 너무 많이 들지는 않을까? 무급 인턴이 그렇게 많다는데 괜찮을까? 정말 많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주위 사람들에게 상담하고 고민하다가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한 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자고. 그래서 그 길로 1년간 열심히 벌었던 돈을 프로그램 참가비에 그대로 헌납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앞으로 차차 써나갈 예정이다. 좌충우돌 웃지 못할 일들도, 외로움에 눈물짓는 밤도 있었지만 좋은 인연을 만나고 더 넓은 세상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하고 싶은 일도 찾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고 나를 더 잘 알게된 명실상부 내 인생 최고의 해였다. 정말 하고 싶었던 것 다 이루고 돌아왔다.

 

그리고 2020년 2월, 내가 인턴십을 끝내고 쿠바와 멕시코를 여행한 후 귀국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을 때 대구에서 첫 번째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난 당시 포틀랜드에서 온 친구를 가이드해주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마침 그 전 주에 대구에서 있다 와서 다들 충격을 먹었었다. 그 친구는 당황하며 귀국할 때 한국에 체류했기 때문에 제한이 있거나 하지 않을까 몹시 걱정했다. 비행기 티켓을 살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텐데 미래는 정말 우리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뒤통수를 때린다. 그렇기 때문에 간절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걱정만 하면서 차일피일 미룰 것이 아니라 당장 해야 한다. 만약 내가 인턴십을 안 갔으면 과연 20대 안에 다시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까? 지금도 셧다운 위기가 계속되고 있으며 나라 분위기가 흉흉하고 실업자가 넘쳐난다. 올해 초 교환, 인턴십 프로그램을 나갔던 학생들은 다시 돌아오고 학생 없는 대학교는 조용하다. 얼른 백신이 나와 이 사태가 진정되고 다시 평화롭던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하지만 역시나 미래는 이게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답을 주지 않는다.

 

이 일은 나름대로 후회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나에게도 큰 파장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걱정만 하면서 날렸는가! 다녀와서 커리어 전환에 대한 깊은 고민과 두려움, 코로나로 인한 칩거로 잠시 무기력한 시점이 있었지만 이젠 정말 앉아서 걱정만 하기보다는 실행을 할 때이다. 누가 정말 21세기에 손 씻기를 다시 배우고 마스크 때문에 난리가 날 줄 알았겠는가. 앞으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간대도 코로나가 준 교훈은 내 평생을 따라다닐 것 같다. 미래는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교훈.

 

그러기 위해선 타인의 시선도, 잣대도 없이 온전히 내가 느끼는 감각과 생각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누구인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찾아다니고 발견해나가는 것은 나답게 살기위해 꼭 거쳐가야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티스토리에 '이기적인 용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기적이라는 것은 사전 뜻 그대로 제 이익만 생각하며 산다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자신을 알고 나에 대한 존중을 최선 순위로 놓는다는 뜻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자신을 먼저 챙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남도 제대로 챙길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인생을 나답게, 내 주관대로 이끌며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책임과 용기가 필요하다.

 

지금은 디지털마케팅 스쿨에서 온종일 마케팅을 배우며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내가 정말 몰두해서 일하고 싶은 분야를 찾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미국에 있었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공부였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다. 이 티스토리는 해외 인턴십부터 디지털마케팅 분야의 취업, 그리고 이후의 삶에 대한 기록이 될 것이고 내가 그랬듯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며 나답게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기적인 용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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